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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서시, 116.8x91cm, Iron Powder, Linen, Wooden Frame, PV Glue, 2017
윤동주 서시, 60x90cm, Iron Powder, Linen, Wooden Frame, PV Glue, 2017
김종구 Kim, Jong Ku
b.1963~
김종구 작가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영국 첼시 컬리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대학원 재학 중 제 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 아르코 미술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진 이후 김종영 미술관, 미국 스펜서 박물관, 국립 청주박물관 등에서 총 19번의 전시를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미국 스펜서 박물관 등이 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 입니다.
작가는 작업 초기에 거대하고 묵직한 쇳덩어리를 깎아서 인체의 형상을 표현하였습니다. 흙이나 나무, 돌 등 흔히 조각에 쓰이는 재료가 아닌 쇠를 사용하는데 깎기는 다른 재료에 비해 훨씬 어렵지만 완성되었을 때 남다른 느낌이 좋아서 작품의 재료로 삼았다고 합니다. 1997년 영국에서 전시 중이던 작품 3점이 도난 당하는 일이 일어나자 충격을 받은 작가는 잃어버린 조각작품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작업실 바닥에 쌓여있는 쇳가루를 모두 쓸어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120kg의 쇳가루들을 가지고 와서 바닥에 글씨나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에 접착제를 뿌리고 직접 만든 쓰레받기에 통 쇠를 그라인더로 깎아서 만들어낸 쇳가루를 담아 그림을 그리고, 본인의 생각과 발언들을 글로 써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대형 캔버스에 글씨나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를 기울여서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리는 쇳가루의 형상을 접착제로 고정시키는데, 접착제의 수분으로 인해 쇳가루는 산화하여 녹슬게 되어 독특한 질감과 색감, 그림의 맛을 드러내게 됩니다.
또한,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데, 하나의 매체가 중심이 되기보다 모든 매체가 관계를 이루며 전체를 구성하는 특징을 지닙니다. 큰 쇳덩어리를 오랜 기간 그라인더로 깎아, 바닥에 쌓인 쇳가루로 글씨를 쓰고, 바닥에 설치 된 카메라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하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영상 설치 작품과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작품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작업과정에서 일어나는 물질문명을 상징하는 쇳덩어리를 쇳가루로 변형시키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의미의 변화까지도 포함합니다. 하늘 높이 솟은 건물인 동시에 문명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도 있는 인간 욕망의 상징인 쇠는 작업과정을 통해 육중함과 공격성이 제거됩니다. 통 쇠를 깎아 생긴 부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조각이라는 수직세계로부터 회화의 수평적 세계로 조형적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의 수직적 사고와 질서를 포용력 있는 수평적 사고와 질서로 돌려놓고자 하는 바람을 형상화했습니다.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이 물리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쇳가루처럼 일상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과 평화를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