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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민선 Lee Hai Min Sun
b.1977~
이해민선 작가는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용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2008년 <덜 죽은 자들_직립식물>, 2013년<물과 밥>, 2015년<살갗의 무게> 등이 있습니다. <창작해부학>, <Planet A: 종의 출현>, <사이의 변칙>, <산책자들>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2010년 난지창작스튜디오, 2012년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등 여러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였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하나은행, 삼성화재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습니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 인공과 자연, 생과 죽음이 서로 만나는 지점을 포착해 그것을 주로 드로잉이나 페인팅, 또는 설치작업으로 형상화합니다. 독특한 감수성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예리하게 반응하여 기발한 재료와 독특한 방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해냅니다.
작업실이 도심에 있을 때는 아파트 도면이 자유분방하게 결합하고 해체되면서 움직이는 로봇이나 동물 형상이 됩니다. 현대인의 대표 주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의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 되어가는 상황을 주제로 하여, 인간의 조작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이 된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살아있는 인간처럼 생명을 지니고 있어 팔, 다리, 가슴에서 털이 자라나는 형태의 로봇처럼 작가의 상상력으로 미래형 로봇의 출현을 예견한 작품도 선보입니다.
작업실이 교외로 이동한 후에는 살아있는 식물이 나무 막대기에 묶여 간신히 서있는 위태로운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살아있는 꽃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그 생명을 영위한다는 것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엄격한 이분법을 배제하고 양자가 끈으로 동여매어 공존하는 중간지대를 보여줍니다. 이는 생명과 죽음은 ‘더’와 ‘덜’이라는 정도상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외국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나무의 껍질에서 인간의 얼굴을 발견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오래된 나무껍질에서 노인들의 살갗을 떠올려, 나무껍질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그 이미지를 얻어내고 그 위에 손으로 가필해 노인-나무의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최근의 전시에서는 잡지사진이나 직접 촬영해 출력한 사진의 표면에 특수한 약품을 처리해 잉크를 녹여 사진이 있던 종이 위에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리는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작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가운데 이질적인 대상들이 서로 부딪치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화폭에 담아냅니다. 작가가 선보이는 낯선 풍경은 담담해 보이지만 사실 생을 위해 치열하게 요동치는 모습이자 삶의 의지에 대한 온기가 담겨있습니다.
Artist Statement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고속도로는 산업화의 공간적 타임라인 같다.
그 동안의 작업들은 이 궤적과 변화를 함께 한다.
강남역의 빌딩들을 거쳐서 양재역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를 타기시작 하면서 보이는 건설현장들은 좀 전 강남역의 그 견고한 빌딩들이 옷을 하나씩 벗듯이 속살을 드러내는듯하다 . 마치 하나의 타임라인이 작동하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부서지고 다시 중력을 거스르며 높이 쌓아지고 다시 무너뜨리고 이러한 풍경은 ‘건축도면 ’ 이 움직이는 도시의 생명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작업2001-2007). 고속도로 가림 막이 시야를 끊임없이 꼴라주 하면서 서울을 어느 정도 빠져나오면 사이사이로 건축물들은 점차 왜소해지고 정체 모를 더미들 과 황량한 땅들이 펼쳐진다. 이제야 드러내는 민 낯 처럼. 그 흙더미 사이사이로 배치된 기계들이 보이는데 마치 나무들과 흙더미들을 계속 ‘자연’ 일 수 있도록 유지시켜주는 ‘장치’와도 같았다 ( 장면 패키지 2008, 기계와 기예 2009 ). 그 안에는 종종 누군가의 개인적인 물품이 풍경의 어느 한 자락에 꽂혀져 있거나 동여매어져 있다. 예를 들면 황량한 흙 밭에 빨간 고무대야와 훌라후프 또는 입던 옷가지와 아이스 바를 먹고 남은 나무 막대기가 어느 나무줄기와 함께 묶여져 있거나 하는 방식이다(직립식물 2010 ,2011 )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경기도 소도시에 들어설 때쯤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에 따라 속도에 따라 방향에 따라 그 흙더미들은 멀리서 또 아주 가까이에서 정지하며 또 스치며 여러 각도로 ‘관람’하게 된다. 그 중 한 정류장은 바로 팔만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잘려진 산 단면이 정면으로 온 시야를 덮는다 .이젠 내장을 깡그리 드러낸 것이다. ( 물과 밥 2012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