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였습니다. 200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 문제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의 변화,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 내면 심리를 다루는 작업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예술가란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삶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그러한 과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들과 갈등 상황에 놓일 때마다 희망을 찾으려 했고, 상처를 예술로써 승화하여 사회적으로 소통 될 수 있는 보편적인 어휘로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대학원시절부터 2007년까지 ‘비상’을 주제로 하늘을 향한 인류의 보편적 욕망을 담아냈는데, 묵의 농담과 다양한 선을 통해 우주의 공간감과 비상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2008년을 기점으로 국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입니다. 동양문화에서 국화는 흔히 인내와 지조를 지키는 군자, 이상적 인간상으로 상징되지만, 작가는 모순, 위선의 모습을 지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또한, 자유를 갈망하며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공중부양 하는 새, 하늘에 떠 있는 별에다 초월적 존재로 상징성을 부여합니다.

초기작업에서는 풍성한 아름다운 국화를 주로 그렸으나, 이후의 작업에서는 그로테스크하게 변형된 국화와 이를 뚫고 새싹이 돋아나거나 국화와 꽃이 혼재하는 형태가 나타납니다.  이는 자기 자신으로 구체화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로 관심을 확장시켜나간 결과입니다.

작가의 작업은 비단에 전통방식의 채색재료와 기법을 이용하여 그리는데, 비단은 고유의 특성상 연약하고 투명한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고도의 치밀함을 동반합니다. 전통채색기법은 안료의 활용에 따라 다양한 질감의 표현이 가능한데 외곽선을 강조해서 그리고 선을 따라 안료를 쌓듯이 채색하여 두껍고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2013년부터는 불을 사용하여 태워 없애거나 없어져버린 것처럼 그려 형태를 파괴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얇은 비단, 두꺼운 안료, 화면의 일부를 불에 태워 생성된 구멍이나 흔적은 작품의 입체적 요소와 대비되어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관람객의 감정을 극대화 시킵니다.  작가는 불은 일반적으로 상처, 시련, 고난을 나타내지만 한편으로는 정화, 카타르시스, 다음단계를 위한 도약의 의미도 있어 고통과 그것의 치유는 삶 속에 함께 공존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국화작품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통로이자 삶의 모습을 탐구하는 도구로써 한국화의 다양한 변용을 살펴볼 수 있는 작업입니다. 

Artist Statement

나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같이 피고 지는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꽃, 복잡하게 뒤엉켜버린 꽃을 그렸다. 그리고 그 꽃들 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를 그렸다. 비단위에 봉채와 석청으로 꽃을 채색하고 꽃의 외곽선을 여러 번 쌓듯이 칠하여 선을 강조하였다. 한편 화려하고 정교한,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화면과는 대조적으로 불에 타 사라져버린 듯 보이는 불의 흔적을 표현하였는데, 작품에서 불은 생성과 소멸, 파괴와 정화, 시련과 고통 등 복합적, 양가적인 상징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나는 땅의 꽃과 하늘의 청색/새, 불과 물, 불의 속성 등 여러 대립되는 요소들을 한 화면 안에 표현하였다. 이는 우리의 삶은 고통과 치유, 갈등과 화해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삶의 가치, ‘아름다운 날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